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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순간의 기록‘언론의 노벨상’퓰리처상 145점 사진전

예술-공연-스포츠

by 마패여행 2010. 8.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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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순간의 기록‘언론의 노벨상’퓰리처상 145점 사진전

<순간의 역사, 역사의 순간 - 퓰리처상 사진전>이 6월 22일부터 8월 29일까지 총 67일간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98년 <퓰리처상 사진대전: 죽음으로 남긴 20세기의 증언> 서울 전시에서만 당시 파격적인 숫자인 10만여 명의 관람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 퓰리처상 보도사진 부문 역대 수상작들이 지난 4월 12일 발표된 2010년 수상작까지 포함, 한국을 찾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추가된 1998년 이후 수상작들은 아직도 생생한 국제사회 이슈들을 되새기게 하고 있다. 나이로비 대사관 폭발 사건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스캔들(1999년 수상작), 리베리아의 참혹한 내전(2004년 수상작) 등 그 해 최고의 뉴스거리는 물론, 수년간 뉴스에 등장했던 이라크 전쟁은 그 시초가 된 2002년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서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폭발사건으로 시작해 지난 10여 년간 무려 3번이나 퓰리처상에 등장할 만큼(2004년, 2005년, 2006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퓰리처상 수상 보도사진은 지구촌의 주요 뉴스를 한 컷의 영상으로 응축시켜 보여준다. 연도별 수상작을 감상하는 것은 근∙현대 세계사를 눈으로 읽는 것과 다름없어, 최고의 사진 작품이 주는 감동과 함께 시사 상식을 익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사진의 예술성과 뉴스 보도의 진정성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현장 학습의 장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모든 사진에는 해당 장면을 포착한 사진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설명문구가 따라붙어 당시 상황을 더욱 생생하고 긴장감 있게 느낄 수 있다.

 

 

목숨을 건 밀입국 모험을 다룬 2003년 수상작 속 주인공 엔리케의 이야기는 국내에서도 책으로 출간되어 ‘남미판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별칭을 얻으며 화제가 되었다. 2008년,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아이티를 국제사회에 알려 원조가 쏟아지도록 이끌어 낸 사진은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퓰리처상은 ‘신문의 아버지’라 불리는 저명한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 만들어졌다. 언론·문학·음악 등 3개 분야에 걸쳐 시상하며, 90여 년에 걸쳐 명성을 쌓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보도사진 부문 수상은 1942년 처음 시작되어, 1968년 특종 사진(breaking news)과 특집 사진 분야(feature photography)로 나뉘어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퓰리처상을 3번이나 수상한 캐롤 구지가 ‘사진기자란 목숨을 걸고 오지(奧地)로 떠나는 선교사와 같다’라고 말했듯이, 대재해·전쟁 및 사건사고의 현장, 소외된 계층 등을 통해 ‘인간성’의 극한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보도사진들은 퓰리처상을 통해 다시 한 번 전세계에 알려지고 인류의 양심에 경종을 울려왔다.

 

이번 퓰리처상 사진전 개막식에 60년 전 6∙25 전쟁에 종군기자로 참가해 대동강철교위의 위험하고도 처절했던 순간을 포착해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맥스 데스포기자가가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사진의 무대는 다름아닌, 1950년 12월 4일, 평양을 포기하고 후퇴하기로 결정한 UN군이 곧이어 중공군의 추격을 막기 위해 대동강 철교를 폭파해버렸다.

숱한 평양 시민들이 공포에 밀려 남쪽으로의 피난길에 올랐다. 남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대동강을 건너야 했는데, 그 유일한 길인 대동강 철교가 폭격을 당한 것이다.

 

이미 무너지고 있는 대동강 철교조차도 피난민들에게는 절실했다. 보따리 짐을 등에 메고 머리에 이고 자식의 손을 잡고 폭파된 대동강 철교를 위태롭게 타고 넘어가는 피난민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얼어붙은 강물 위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종군 기자로 한국전쟁을 취재 중이던 맥스 데스포는 이사진에 대해 “철교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피난민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길을 나선 사람들인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직 찍는 일 뿐이었습니다. 어찌나 추운지 군용장갑을 꼈는데도 손가락이 얼어 셔터를 누르기가 힘들었습니다.” 라고 토로했다.

 

맥스 데스포 기자는 노구를 이끌고 개막식에 참여해 메인무대에 서서도 카메라 셔터를 연속해서 눌러대서 노익장과 함께 카메라기자로서의 자세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렇게 온 힘을 다해 기록한 역사를 전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움직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보도사진이 아닐까. 순간의 기록으로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단 한 장의 보도사진을 위해 사진기자들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마저 버릴 각오로 임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전해 온 사진에 세상이 어떻게 반응하고 내일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는지, 우리의 오늘에 비추어 미래를 열어나갈 혜안을 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라는 퓰리처상의 창시자 조지프 퓰리처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언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의 내면 깊은 곳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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