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구정면 학산리에 있는 사적 제448호 굴산사지는 선종의 큰 일맥으로 선종9산의 한자리
를 차지한 사굴산파의 본사역활을 했었던 곳이다.
원주를 지나 대관령을 넘어서는 강릉지역일원에서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큰사찰이 있었던자리지만 지금은 논과 밭 고추밭으로 변해버려 간간히 보이는 석조 유물들이 보이지 않는
다면 평범한 농촌풍경이 있는 한적한 마을로 보일뿐이다.
범일국사의 탄생설화가 전해지는 학산마을에 있는 굴산사는 신라후기에 범일(梵日)
국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범일국사는 당(唐)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온 후 굴산사에서 40년을 보내는 동안 신라의
경문왕(景文王), 헌강왕(憲康王), 정강왕(定康王) 3대 임금으로부터 국사(國師)가 되어
주기를 권유받았으나 모두 거절하고, 오로지 불법(佛法)을 공부하고 전파시키는데 힘썼다.
굴산사가 언제 창건되고 폐사(廢寺)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나,
고려시대에 크게 번창하였던 절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당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며, 절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주변에 위치한 유적과 유물을 살펴볼 때, 그 범위가 매우 넓었던 것으로 보인다.
옛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당간지주(幢竿支柱)와 범일스님의 사리탑(舍利塔)이라 전해
지는 부도탑(浮屠塔), 돌부처상 3구 및 많은 기와 조각들이 남아 있다.
당간지주의 크기를 볼때 그옛날 굴산사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미루어 짐작할수 있을뿐이고
최근에 지어진 굴산사가 옛 굴산사의 자취만을 알려주고 있을뿐이다
또한 부근에는 범일스님이 태어났을 때의 전설이 깃든 석천(石泉)과 학바위가 있다.
학바위는 마을의 바로 뒤쪽 산기슭에 있는데, 여러 개의 바위 중에 넓적한 모양으로 되어 있는
것이 범일국사를 버렸던 학바위라고 마을 사람들은 전하고 있다.
학바위로 올라가는 언덕 아래에서 오른쪽 길로 50여m 올라가면 오른쪽 편에 다쓸어져가는
시골집이 나오는데 그집 앞마당 뒷편에 밭 한가운데에 부도(浮屠)가 하나 있는데 범일국사
부도탑으로 알려져 있다.
범일국사의 탄생설화를 살펴보면 통일신라시대에 학산 마을에 살았던 한 처녀가 하루는
석천이란 우물에 물을 길러 갔다.
목이 말라 바가지로 물을 펐더니 그 속에 해가 떠 있었다.
해가 뜬 물을 버리고 다시 물을 푸자 또 다시 그 속에 해가 있었다.
할 수 없이 그 물을 마셨더니 그때부터 태기가 있어서 13개월만에 낳은 아이가 바로 범일국사였다.
양가집 처녀가 아이를 낳았으니 마을 전체가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고, 이를 견디지 못한
범일국사의 어머니는 아이를 보자기에 싸서 뒷산의 학바위에 버렸다.
그러나 모정을 이기지 못하여 며칠 뒤 그 바위에 찾아가보니 짐승에게 물려갔거나 변고를
당했을거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학이 주는 붉은 열매를 먹으며 살아 있었다.
이를 본 어머니는 아이를 버리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다시 데려다 길렀는데,
여덟 살에 이미 글을 읽을 정도로 총명하였으며, 15세가 되자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
범일국사는 중국에 유학하여 득도한 후 신라로 돌아와서 자신이 태어난 마을앞에 굴산사를
세우고 신라말의 교종을 밀어내고 불교의 중심역활을 했던 선종의 9산선문의 한자리를 차지하는
사굴산파를 창립하였다.
범일국사는 죽은 후에는 대관령으로 올라가 산신령이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대관령에 있는
산신당에 범일국사의 영정이 걸려 있어 그 신령스러움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매월 강릉에 열리는 단오절에 주신으로 받들어지는 신령이 바로 범일국사이다.
범일국사의 어머니가 물을 마시고 아이를 가졌다는 석천은 마을 한 가운데에 있다.
예전의 모습은 없고 다시 복원은 했으나 웬지 엉성하다.
그래도 범일국사의 탄생설화를 잉태한 신성성을 간직한 우물이다.
범일국사의 탄생설화를 보고 알수 있는 것은 고구려 지역이었던 강릉지역에 후기신라시대에도
태양에 산다는 삼족오사상인 태양숭배와 해모수와 물의 정령에 관련된 물에 대한 신앙이 민간에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알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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