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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는 전설을 간직한 증평 말세우물

충청도 여행지

by 마패여행 2009. 6. 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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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용도로인 34번국도가 지나는 충북 증평군 증평읍 사곡리2구 사청마을에  말세우물이라

 불리는 영험한 우물이 자리잡고 있어 현대와 역사가 함께 하는 현장을 만나볼수 있다.

 

사청 이란 지명은 옛날 이곳에 활을 쏘던 사정(射亭)이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청마을 입구에는 마을이름을 알리는 표지석 옆으로 우물현장이라는 대리석 표지석이 함께 서

있어 이지역에서 이우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수 있다.

 

 말세우물은 마을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은 양을 퍼 쓰고 퍼 써도 물이 줄지 않고 가물거나 장마

가 들어도 한결같이 줄지도 늘지도 않은 채 그 깊이 만큼의 수량을 유지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생명수 역할을 하는 소중한 마을의 보물이다. 

이 우물은 한 스님의 신통력과 예언으로 세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이 우물이 지닌 전설과 신통력을 믿어 의심치 않고 부처님 받들 듯 위한다고 한다.

 

 

내가 찾아간 날에도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할머니 두분이 우물 옆을 지키듯 계시면서

 나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면서 우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말세 우물에 전해내려져 오는 전설은 다음과 같다.

 조선 제7대 왕인 세조(世祖 : 14551468)가 조카인 단종(端宗 : 14521455 )을 폐하고 왕위를

 빼앗은 후 계속되던 가뭄이 극성을 부리던 병자년(1456)여름에 장삼(長衫)을 길게 늘어뜨린 한

 노승이 이마을을 지나다가 물이 마시고 싶어 한 집에 들러 물을 청하니 주인 아낙은 한참이

 지나서야 땀을 뻘뻘 흘리며 물동이를 이고 돌아와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공손히 물을 떠 올렸다.

노승은 물을 시원하게 마신 후 늦은 이유를 물었더니, 아낙은 20여리 떨어진 곳에 가서 물을

 떠왔다고 했다.

그러자 노승이 아낙의 수고에 감사해 하더니 지팡이로 땅을 몇번 치고는 "허허, 이곳 땅은 층층이

 암반이로다. 초목인들 제대로 자랄 수 있겠는가. 일찍이 선인들이 터를 잘못 잡았도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승은 사립문을 나서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큰 고목(古木)옆에 다가서서

지팡이로 세 번 두드리고 청년들에게 그 자리를 파도록 하니 이곳 저곳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노승은 ", 어서 파시오. 겨울이면 따뜻한 물이 솟을 것이고, 여름이면 찬 물을 얻을

 것이오. 그리고 우물을 파기만 하면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장마가 닥쳐도 물이 더 이상

 늘지 않을 것이외다."라고 했다.

그러나 노승은 "넘치거나 줄어들지는 않지만 꼭 세 번 넘칠 날이 있으니 넘칠 때마다 나라에

 큰 변이 일어날 것이오, 또 세 번째 우물이 넘치는 날에는 말세(末世)가 될 것이니 그때 이

 마을을 떠나시오." 라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정신을 잃고 노승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노승이 떠나고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반신반의했으나 우물을 파기로 결정했다.

이튿날 고목을 베어내고 땅을 파니 노승의 말대로 맑은 물이 솟아 오르자 주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노승의 예언이 마음에 걸렸다.

 

'세 번 넘치면 말세라.' 이 말은 멀리 퍼져 인근 주민들에게도 우물의 수량에 큰 관심을 갖게

 했는데, 어느 날 우물에 물을 길러간 한 아낙이 우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이 소문은 인근에도 퍼져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었는데 며칠 후 왜병이 쳐들어 왔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노승의 예언대로 임진왜란이라는 큰 난리가 일어났던 1592년 정초에 우물이 처음으로

 넘쳤다.

 두번째로 우물이 넘친 것은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경술국치 때의 일이었다. 그후

 6·25 때는 우물이 지면 1m 내·외로 불어나 전쟁발생을 예고하기도 했다.

 

1979년에 우물을 시멘트로 바꿔 간이 상수도로 사용했으나 마을에 액운이 잦아 원상복구 하고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 물을 퍼내 청소를 하는 등 관리에 정성을 쏟고 있다. 1996 5,

 마을 사람들은 유래비를 세우고 새로 정비해 우물이 세번째 넘치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건 유래비뒤에 있는 건물이 우물이나 유래비와 너무 어울리지 않아 답답하게

느껴지고 주변이 정리가 되지 못해 우물의 영험함을 훼손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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